같은 미납인데 왜 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을까

# 강연# 한동대학교# ESG리더교육

2026.07.24

같은 미납인데 왜 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을까

아침에는 외상으로 식자재를 들여오고, 오후에는 거래처에서 받아야 할 대금을 기다립니다. 월말이 되면 임대료와 대출이자를 내야 합니다.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채권자와 채무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하루 안에서도 두 자리를 오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외상이나 후불 거래를 모두 없앨 수도 없습니다. 신용을 바탕으로 한 거래 역시 사업을 움직이는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외상 거래 자체가 아니라, 약속했던 신용이 어긋난 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지난 7월 15일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 변호사이자 그라운드베이직 이준철 대표는 포항 지역 소상공인들과 이 문제를 이야기했습니다. 「돈 문제 해결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에서 던진 질문도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못 받은 돈을 돌려받으려면 결국 더 세게 밀어붙여야 할까?

포항 강연 현장포항 강연 역할극 진행 모습

미납이라는 결과만 보면 모두 비슷해 보입니다

이날 강연에서는 참석자들이 직접 채권자와 채무자의 역할을 맡아 대화를 나눴습니다. 각자에게는 상대방이 알지 못하는 조건이 주어졌고, 이후 역할과 상황을 바꿔 같은 문제를 다시 바라봤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결과는 모두 '돈을 제때 갚지 않았다'는 미납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만들어진 이유까지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갚을 의지는 있지만 지금 당장 여력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충분히 갚을 능력이 있으면서도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연에서는 이를 '상환 의지 × 상환 능력'이라는 관점으로 설명했습니다. 상환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부족하다면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분할 상환이나 납부 일정 조정이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환 능력이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책임을 피하고 있다면 보다 명확하고 단호한 대응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채무자를 더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같은 미수금이라고 해서 같은 대응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독촉의 강도보다 먼저 봐야 할 것

돈을 받지 못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쉬운 방법은 요구의 강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연락을 더 자주 하고, 더 강하게 경고하고, 필요하다면 법적 절차를 검토합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이런 대응이 반드시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문제는 '더 강하게'라는 하나의 방법만 반복하는 것이 실제 회수로 이어지느냐는 데 있습니다. 상환 여력이 없는 사람에게 압박만 높인다고 없던 돈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도 계속 미루는 상대에게 조정만 반복하는 것 역시 해결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채권 회수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강도의 선택보다 상대의 상황에 맞게 다음 행동을 설계하는 일일 수 있습니다. 언제 조정할 것인지, 언제 명확한 기한을 제시할 것인지, 언제 더 단호한 절차로 넘어갈 것인지. 같은 '미납'이라는 결과 뒤에 있는 조건을 구분해야 대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포항 강연 현장

돈을 받아내는 것 ≠ 다시 갚게 만드는 것

리바운드가 법률 현장에서 채권·채무 문제를 마주하며 계속 고민해온 지점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한 번의 요구로 돈을 받는 것과, 상대가 실제로 상환을 시작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상환을 시작하는 것과 약속한 납부가 다음 달에도 이어지는 것 역시 다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합의 자체만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계획을 만들고, 정한 일정이 실제 납부로 이어지는지 확인하고, 그 흐름이 중간에 끊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과정까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질문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어떻게 더 강하게 받아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대응이 실제 상환과 이행으로 이어질 것인가. 리바운드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서비스보다 먼저 쌓인 것은 질문이었습니다

서비스는 어느 날 완성된 형태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기존 방식으로 충분히 풀리지 않는 지점을 발견할 때마다 질문이 하나씩 쌓입니다. 이번 포항 강연 역시 리바운드를 설명하는 것보다 그 질문을 다시 들여다보는 자리였습니다. 하루에도 채권자와 채무자의 자리를 오갈 수 있는 사업자의 현실, 같은 미납이라도 서로 다른 이유, 그리고 그 차이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대응 방식까지. 돈을 받지 못했다는 결과는 같아 보여도, 그 돈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방법까지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도 여기에 있습니다. 얼마나 세게 요구할 것인가보다 어떤 대응이 실제 회수와 이행으로 이어지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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